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몸은 아프지만 날짜 바꾸는 일까지 게을리하긴 싫어서....
몸이 아프니 두보의 시가 생각난다.
多病所須唯藥物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바는 오직 약물이니
微軀此外更何求 조그만 몸이 그것 이외 무엇을 구하리오.
-두보 강촌 중에서-
말간 가람 한 고븨 마잘할 아나 흐르나니
긴 녀름 강촌애 일 마다 유심하도다
절로 가며 절로 오나니 집 우흿 져비오
서르 친하며 서르 갓갑나닌 물 가온뎃 갈며기로다
늘근 겨지븐 죠헤랄 그려 쟝긔파날 멩갈어날
져믄 아다란 바나랄 두르뎌 고기 낫갈 낙살 멩가나다
한 병에 얻고져 하논 바난 오직 약물이니
져구맛 모미 이 밧긔 므스글 구하리오
-두시언해 중 강촌- (녹색글씨는 아래아가 들어간 부분)고등학교 때 열심히 배워서인지 현대국어 해석보다 두시언해본의 해석이 더 마음절절하게 다가온다.
이왕 옛 시를 꺼내들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정읍사도 한번 꺼내본다.
달하 노피곰 도다샤
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
어긔야 어강됴리
아으 다롱디리
져재 녀러신고요
어긔야 즌 대랄 드대욜세라
어긔야 어강됴리
어느이다 노코시라
어긔야 내 가논 대 졈그랄셰라
어긔야 어강됴리
아으 다롱디리
-정읍사-
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
어긔야 어강됴리
아으 다롱디리
져재 녀러신고요
어긔야 즌 대랄 드대욜세라
어긔야 어강됴리
어느이다 노코시라
어긔야 내 가논 대 졈그랄셰라
어긔야 어강됴리
아으 다롱디리
-정읍사-
큰도시 전주 저자거리에 남편을 보내두고 걱정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이 시(? 고려가요? 백제 노래?)를 설명하면서 고등학교때 국어선생님은 '즌 대랄 드대욜세라'를 이렇게 설명해 주셨었다.
"내가 학생때 국어선생님이 '가람 이병기'선생님이었거든... 그 선생님의 해석은 이랬어. 즌데란 여자 입장에서 뭐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요즘 말로 창녀촌이나 기생집의 여자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이야."
그 국어 선생님은 물론 나의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했다.
소위 '전주고등학교'는 선생님 90여분중 절반이상이 모교 출신이었다.
그 선생님의 단골 메뉴중 하나가 서정주, 신석정, 이병기 선생님이 전주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었으며 그 중 신석정 , 이병기 선생님께는 직접 수업도 받으셨다는 것.
그러면서 이병기 선생님이 직접 설명해주신 자신의 시 난초에 대한 해석은 이랬다고 했다
난초
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,
자주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,
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.
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,
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
미진(微震)도 가까이 않고 우뢰(雨雷) 받아 사느니라.
-이병기 난초-"이게 다른 사람들은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는 데 사실은 꼬추를 얘기한거야.
굳은 듯 보드랍고 <-- 맞지?
자주빛은 원래 자지빛이라고 쓰고 싶었어.
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... <--이건 정액을 얘기하는 거고.."
(나머지는 기억이 모자라는 관계로 생략)
선생님께 이런 얘기를 듣고 한샘국어의 설명을 보면 가관이었다.
'섬세한 감각과 절제된 언어로 난초의 고결한 외모와 세속을 초월한 본성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형상화함.'
(쓰러진다 ^^*)
가끔 고등학교때 수업시간이 그립다.
난 국어와 지리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다.
지리는 내 평생 틀린 문제 개수가 10개가 넘지 않을 것이다.
그때 꼭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었는데... 가능할지 모르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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